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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니즘 글쓰기 <살짝 웃기는 글이 잘쓴글입니다> 리뷰

오늘은 편성준 작가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신간도서 리뷰를 들고 왔습니다. 작가 편성준은 광고회사에서 20여 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한 경력을 가진 분으로, 2020년에는 퇴직 후 이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작가는 유머 있는 글을 지향하며, 유머가 살짝 담겨있는 글은 어떤 글인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유머와 위트를 어떻게 얻어갈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글쓰기는 힘든 과정이지만, 밥맛이 없다고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처럼 이제 '글쓰기는 삶 자체'입니다. 잘 안 써질 때도 있음을 인정하면 글쓰기는 더 쉬워집니다.

섬광처럼 떠올라서 단번에 글을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끌어당기는 힘은 대게 첫문장에서 나옵니다.
때로는 초고를 가슴에 칼처럼 품고 오랜 시간을 갈아봅시다. 글을 완성하는 최종 결정권은 본인에게 있으니까요.

아무거나 쓰세요. 아무렇게나 쓰진 말고요.

양념통이 비스듬히 뿌려지고 있고 빨간 글씨로 살짝 웃기는 글이 잘쓴글입니다 라는 문구가 있는 노란책표지
[출처] YES24

'나도 쓰면 잘 쓸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당신을 위한 책

이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나도 쓰면 잘 쓸 것 같다'라는 생각을 가진 '당신'을 위한 책이라고 서문을 시작합니다. 작가는 글쓰기를 처음 시도하는 분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가는 글 쓰는 법을 가르치려는 의도를 내비쳤습니다. 글이 쉽게 써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과 동일한 고민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연핑크 바탕의 꽃과 책이 놓여있는 창가의 풍경과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문구

글쓰기를 처음 시도하면서 글이 잘 써진다면 굳이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생각만큼 잘 안 써지는 '당신'에게는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문구를 통해, 글쓰기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p4)

글은 배웠지만 글쓰기는 배운 적이 없다는 당신에게

그의 글쓰기 철학은 '읽기 쉬운 글은 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쉽게 읽히는 글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가 스스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개그맨이 관객을 웃기기 위해서 전날 밤 혼자 울어야 한다는 비유로 글쓰기의 고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책을 통해 우리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하는 글쓰기의 비밀을 배우게 됩니다. 글로써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하는 비결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1장. 글을 재밌게 만드는 건 70퍼센트가 자세

글을 쓸때 가장 어려운 대목은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그 자체입니다. 완벽한 글을 처음부터 쓰려 욕심내지 말고 일단 써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쉬운일이 아닙니다.

글쓰기는 왜 힘이 들까? 

글을 쓰려고 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나고 뭘 쓸지 고민이었던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쉽지 않지만, 거의 모든 창조력은 편집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말합니다. (p25)

어느 정도 방향이 정해져야 하며 정히 안 써진다면 산책부터 해야 합니다. 책을 봐야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속에 이야깃거리를 하나라도 저장하게 됩니다.

속이 허하면 힘을 쓸 수 없듯이 생각이 비면 글을 쓸 수 없습니다. 흘러넘치려면 먼저 채워야 하듯 아무것도 채우지 않으면서 흘러넘치기를 바라는 것은 허망한 기다림입니다. (p26)

시대도 글쓰기도 바뀌었다

요즘은 누구나 메일, SNS, 문자, 댓글, 업무상 기획서같이 일반인도 소설가 못지않게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글쓰기라는 말 앞에서는 곧잘 얼어붙습니다. 자신이 쓰고 있는 상상의 글들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글쓰기는 일상이고 대세입니다. 일상의 글쓰기를 잘해야 대화 능력도 높아집니다. 독자의 마음에 드는 글부터 써야 합니다. 매우 친절하게, 우리글은 어순만 바꾸어도 글이 확 달라집니다. 그래서 전문가적 안목을 가진 편집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잘 팔리는 책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공감'과 '위로'였습니다. 자기와 비슷한 사연과 정서를 가진 '라이터'를 원하고 있습니다.

노랑 바탕에 양념통이 비스듬히 놓여있고 빨간 글씨의 카피라이터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실전 글쓰기라는 문구
[출처] YES24

글쓰기는 최고의 생존 전략이지만, 안 써질 때도 있음을 인정하면 글쓰기는 쉬워진다.

뇌가 섹시한 남녀를 '뇌섹남', '뇌섹녀'라 부르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뇌의 섹시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글쓰기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방송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승진의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기도 하고, 글까지 잘 쓰는 배우가 더 인기를 얻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온라인 연결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확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글쓰기라고 언급합니다.

 

고림감 없이 더 많은 사람과 연대함으로써 더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쓰기는 힘든 과정이지만, 밥맛이 없다고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처럼 이제 '글쓰기는 삶 자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잘 안 써질 때도 있음을 인정하면 글쓰기는 더 쉬워집니다.

유머는 전체가 아니라 양념처럼 살짝

유머는 전체를 장악하면 안 됩니다. 양념처럼 살짝 들어가야 더 빛이 나죠. (p32)

'유머와 위트가 있는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데요?' 급하게 묻는 사람들. 이것은 시인한테 대뜸 시가 뭐냐고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그치는 것과 비슷한 격입니다. 그럴 경우 황당해져 아무 대답도 못하거나 엉뚱한 이야기를 할 확률이 높습니다. 차라리 어떤 영화를 보고 자랐는지, 최근에 무슨 영화를 보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는지 같은 질문을 물어보는 게 나은 방법입니다. 웃기는 것도 '차근차근'이 기본이라고 작가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특정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의 직업적 통찰도 큰 도움

'어린이라는 세계'를 쓴 김소영 작가도 좋은 예입니다.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에도 아이들과 함께 독서교실을 운영했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린이는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어른의 반만 하다고 해서 어른의 반만큼만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어린이도 정중한 대접을 받으면 점잖게 행동하고, 운동화 끈을 묶을 때 어른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어른과 다르지 않습니다. (p70)

심지어 <용의 눈물>, <태조 왕건>등을 쓴 대표사극 드라마 작가이자 소설가인 이환경의 학력은 국졸(초졸)입니다. 학력이나 전공은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독자는 돈이 아니라 시간을 지불한다

독자의 입장에서 시간이 아까운 글은 좋은 글이 아님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글엔 재미든 의미든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둘 다 갖추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우지만, 기업들도 더 이상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지 않고 대신 소비자들의 시간을 삽니다. 자신의 브랜드 콘셉트나 서비스에 머무는 시간이 곧 돈으로 환산되는 것입니다.

 

현대의 독자들은 바빠서 웬만한 글엔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칩니다. 책을 구입할 때도 선경험과 보장이 있어야 하지요. (밴드웨건 효과) 1~2분의 동영상으로 훑어보면 주요 헤드라인을 모두 섭렵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독자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글을 쓰는 이는 그 사람의 시간에 꿀을 바르든 비타민 주사를 놓든 해야 합니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그래야 당신 글은 살아남습니다. (p84)

노랑 바탕색의 요조의 추천글이 적혀있는 문구
[출처] YES24

글을 쓸수록 괜찮은 인간이 되어간다

글쓰기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과정 자체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횡설수설하고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뜻이 됩니다. 글을 쓰려면 주제의식을 가지고 충분한 자료 조사와 기획이 필요합니다.

 

계속 고쳐나가는 것 또한 글쓰기의 묘미입니다. 오타, 비문(불완전하거나 불분명한 문장), 부사를 지나치게 쓰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이 모두 글쓰기 과정입니다. 반복해서 읽어봐야 함을 물론이고 수많은 책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반복해서 얻은 결과입니다. 

섬광처럼 떠올라서 단번에 글을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p119)

은유작가의 글쓰기 수업

은유작가는 '글쓰기 기술이나 책 내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글쓰기는 '자기 삶의 해석권을 내가 가져오는 행위'라고 일러줍니다. 삶을 좀 더 촘촘히 들여다보고 더 나은 사람으로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은유작가의) 글쓰기 수업입니다. (p131)

2장. 안 써질 땐 다 방법이 있다

21년 이근화 시인이 6번에 걸쳐 시작법 강의를 할 때 작가도 학생의 신분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시, 뭐 하러 쓰니? 시, 몰라서 쓴다!>라는 이근화 시인의 강의에 참석할 때, '아무런 문학적 경험 없이도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라는 겸손의 말씀으로 강의를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이때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대사 '아무거나 쓰세요. 아무렇게나 쓰진 말고요.', '사람도 꽃처럼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하는 시는 애잔하면서 감동적이었다고 하는데, 제목부터 이미 감동이 느껴집니다.

아무거나 쓰세요. 아무렇게나 쓰진 말고요.

SNS에 글 쓰는 것은 쉬운데 책을 쓰거나 매체에 글을 쓰는 것은 어렵습니다. 책에 들어갈 글은 뭔가 완성도가 있어야 할 것 같은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지금 밖으로 나가 뭘 써야 하느냐고 붙잡고 물어봐도 속 시원히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써보기 전엔 어떤 글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글은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쓰는 게 상책입니다. 들쑥날쑥, 엎치락뒤치락해도 괜찮습니다.

글쓰기의 좋은 점은 정답 비슷한 것은 많아도 진짜 정답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p138)

예를 잘 드는 사람이 잘 쓰는 사람이다

쉽게 설명하고 막연한 것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전달해 주려면 예를 잘 들어야 합니다. '나는 슬프다'라고 쓰면 읽는 사람은 심심합니다. 아무것도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한 줄로는 아무런 상상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에세이스트 이윤주의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에는 말끝마다 '짜증 나'를 달고 사는 고등학생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녀는 안톤슈낙의 에세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처럼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대해 한번 써보라고 합니다. 그냥 짜증 난다 하지 말고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라고 말이지요. 학생들이 제출한 글들 속에는 자신이 했던 잔소리가 자신이 부끄러운 말 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읽고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울림이 컸던 것입니다.

  • '엄마와 대판 싸우고 나서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거기 나를 위해 사다 놓은 간식들이 보일 때'
  • '엄마의 새끼발가락'
  • '엄마 아빠가 부부싸움을 할 때 가만히 자는 척하는 나의 모습'
  • '손님이 없는 분식집'

글을 안 써본 사람이 제일 자주 하는 실수는 슬픔에 대해 쓰면서 '슬프다'는 말이 들어가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감흥도 없고 발전도 없으니 말이지요. 슬픔의 빛깔, 무게같이 새롭게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 슬프고 서운했겠구나. 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친절하고 단순하게 써라

친절하게 쓰라는 것은 길고 세밀하게 묘사하라는 것이 아니라 얼른 알아들을 수 있도록 쓰라는 것입니다. 세밀한 묘사 없이도 친절하다는 느낌을 주는 글이 있습니다. 저자의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에 들어있는 '회사 관두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는 아주 짧은 글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회사 관두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

회사를 그만두고 비 오는 날 집에서 혼자서 책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회사를 그만두었다. 마침 비가 온다. 책을 읽는다.

일부러 수식어를 배제하고 상황과 행동만 심플하게 묘사한 것이 공감의 폭을 넓혔던 것 같습니다. 그때그때 손에 잡히거나 제때 떠오르는 게 '글 쓰는 사람의 운'입니다.

'만약에'라는 요술 방망이를 휘둘러라

글을 쓰고 싶은데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날 때 편성준 작가는 '만약에'라는 가정법을 사용한다고 언급합니다. '만약에'를 뜻하는 영어 단어 IF는 얼핏 보면 1층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이걸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시작하는 상상력은 1층이 튼튼하지 못하면 쉽게 무너지는 경고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기초를 쌓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페이스 북, 인스타그램을 뒤지며 때때로 메모도 합니다. 마음속에 잔 근육이 한 가닥 더 늘어났겠지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막연해질 때마다 '만약에'라고 써보세요. 글을 쓰게 만드는 요술 방망이니까요.

노란바탕에 빨간 글씨로 그 사람이 궁금해지는 자기소개서를 쓰라는 문구
[출처] YES24

아포리즘의 유혹에 빠지지 말기

아포리즘(명언, 잠언, 격언, 금언)은 수없이 많은 글을 쓰거나 작품을 만들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습니다. 아포리즘은 어떤 통찰을 줄이고 줄여 한 줄로 만든 문장입니다. 이렇게 압축된 문장에는 통찰력은 있을지 몰라도 구체성은 없습니다. 아포리즘은 아래 문구들을 말합니다.

  • 사람은 사랑할 때 누구나 시인이 된다. -플라톤
  •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
  •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 -파스칼
  • 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과거다. -바이런
  • 지성이란 그것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쇼펜하우어
  • 안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상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나톨 프랑스

구체적인 사연이나 스토리텔링이 없는 진리는 결국 하나 마나 한 소리가 되어 버립니다. 호흡이 짧고 서사가 없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문단을 구성해야 합니다.

당신만 울면서 쓰는 게 아니다

개그맨은 무대에 서서 단 1분을 웃기기 위해 무대 아래서 며칠 밤을 우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밌는 글을 쓰는 사람도 그걸 쓰기 위해서는 웃는 시간보다 우는 시간이 더 많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더 뛰어난 작가 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두렵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모습보다는 뭔가를 뒤적이거나 쓰는 자신의 모습이 더 좋습니다. 당신만 울면서 쓰는 게 아닙니다. 작가는 다 웁니다.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라

<죠스>가 히트 한 이유는 상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관객들에게 상어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 것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파블로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실제로 파리 살롱을 돌아다니며 젊은 시절에 이렇게 큰소리쳤다고 합니다. "내가 똑같이 그리지 못하는 화가는 세상에 없다." 입체파라는 새로운 사조(특정시대의 영향받은 작품이 가진 특징)를 만들어낸 천재 예술가도 알고 보면 남의 작품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베끼면서 성장했던 것입니다. 클래식도 예전 작품을 똑같이 연주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스티브 잡스는 애플 맥북을 출시할 때 케이블이 발에 걸리면 노트북이 바닥으로 떨어져 파손되는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케이블 연결 부위가 자석으로 된 일본 전기밥솥을 모방하여 전원 부분이 쉽게 떨어지도록 만들고 맥세이프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래도 잡스를 도둑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어디서 가져왔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누벨바그(프랑스어로 문학예술분야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신인, 새로운 물결을 의미)의 거장 장 뤽 고다르는 말했을 정도입니다. 글이 안 써지면 필사를 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죽어도 안 써지는 날엔

당장 쓰겠다는 생각을 좀 묵혀두고 마감을 연기합니다. 너무 뻔하고 비슷한 얘기지만 언제나 통하는 진리, 쓰기 전에 충분히 공부하고 안 써질 땐 조금 기다립니다.

하이쿠 수업에서 '아이코!' 하고 맞는 날

하이쿠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를 일컫는 말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5,7,5' 운율로 읊는 일본의 정형시 라고 되어있습니다. 작가는 류시화 시인의 <한 줄도 너무 길다>라는 책을 통해 접했다고 합니다. 한 페이지에 한 줄씩만 쓰여있어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이었만 합니다. 작가는 처음에는 종이낭비라고 생각부터 했다고 하는데요, 시집을 천천히 읽어나가 보니 100여 년 전 자유로운 새들처럼 떠돌아다니며 스러져간 전설적인 시인들의 작품들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타다토모 (p198)

시커멓게 타버린 숯을 보고 그 위에 흰 눈이 얹혔던 한 겨울의 푸른 나뭇가지 시절을 상상하는 시인의 눈은 위대합니다. 숯이라는 사소한 소재에서 '인생의 덧없음과 회한'이라는 거대한 드라마를 뽑아낸 작품으로 하이쿠를 이야기할 때 저자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라고 합니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 물리다니!
-이싸 (p198)

당시에는 의술도 발달하지 않았으니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인생이었을 것입니다. 안 죽고 또 한 계절을 맞았다며 기뻐하는 모습에 소탈하면서 유머러스한 시인의 심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환한 빛이 비추는 창가옆에 올림머리를 한 여성이 독서하고 있는 옆모습
빙창작 '독서'

춘천에 있는 학교 학생들에게 되도록 짧게 세 줄 안에 내용을 담되 자연이나 계절, 시간적 요소를 집어넣으라고 해봤습니다. 두 시간 동안 쓰게 한 학생들의 시는 놀라워, 하이쿠 수업에서 '아이코' 하고 맞은 날이었다고 합니다. 

흘러가는 시간아
저 물처럼
좀 얼어봐라
-장유* (p200)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잤더니
모기가 발만 무네
양말도 신고 자라고
-박진*
집에서 보내준 김치가
딱 맛있게 익었다
엄마 보고 싶다
-방슬*
집에서 보내준 김치가
딱 맛있게 익었다
엄마 보고 싶다
-방슬0
눈이 오는 날엔
경춘선 끝칸으로 간다
혹시라도 너가 있을까
-안기*
작년 겨울 내내 입었던 코트에
무심코 손을 넣었다가
네가 준 감기약을 발견했다
-강지*
신호등이 바뀌어도
급할 것이 없다
갈 곳이 없기에
-편성준 작가 

시간, 엄마, 고향, 연애 등에 대한 짧은 단상들이 스무 살의 감성으로 춤을 추고 있었고, 교탁에 기대서서 작가도 몇 편을 써보았다고 합니다.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나쓰메 소세키 

일본의 국민 작가는 정계로 나오라는 권유를 거절하는 편지에 위와 같은 하이쿠를 썼다고 합니다. 하이쿠는 세계적인 시의 형식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유럽에는 하이쿠 시인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영어로 쓴 시집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당신 안에 있는 유머 작가를 고용하라

폴사이먼이 그래미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을 직후 발언한 수상소감이 기가 막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에는 단 한 장의 앨범도 발표하지 않은 스티비 원더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겸손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스티비 원더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재치 있게 전달했습니다. 이런 소감은 절대로 즉흥적인 말은 아니라는 겁니다. 몇 날 며칠 고심하고 전문작가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고, 쓰고 연습한 문장이었을 것입니다. 

 

천재로 소문난 아인슈타인도 자신이 뭘 이루었을 땐 천재라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거기에 시간을 더 많이 썼을 뿐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얼마나 성의 있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작가의 역량 또한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 당장 당신 안에 있는 유머작가를 불러내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펼친 책속에 글의 아름다운 향기가 창가에서 날리는 모습
빙창작 '책 속 향기'

글쓰기의 영양주사 같은 여덟 권의 책

글쓰기에 도움 되는 책은 수없이 많아 평생 골라도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지만, 최근 작품 중에서 크게 도움받았던 기억이 있는 것 위주로 추렸습니다. 독자도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1. 앤 라모트 <쓰기의 감각>: 소설 쓰기는 한밤중에 운전하는 것과 비슷해서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만큼만 볼 수 있지만, 그런 방법으로도 여행지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미국 작가들이 데뷔 전 앤 라모트가 쓴 책을 읽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용적 방법론과 유머러스하면서도 경험담으로 가득합니다. 책의 뒤표지엔 뮤지션이자, 작가인 요조의 짧은 추천사도 있다고 하네요.
  2. 이성복 <무한화서>: "거창하게 운명 같은 거 얘기하지 말고 우리 집 부엌에 숟가락 몇 개인지부터 쓰라."라고 말합니다. 위에서 말한 아포리즘 형식으로 구성되어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간결하면서 깊은 메타포(직관적이고 효과적인 전달의 비유)들로 그득합니다. 작가의 원픽으로 추천책입니다.
  3. 박연준 <쓰는 기분> : 시인들의 습관을 얘기하다 보면 어렴풋이 시가 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읽을수록 얻는 게 많은 책이라고 소개합니다.
  4.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새벽 4시에 일어나 4~5시간을 일하고 오후에는 수영이나 조깅을 한 뒤 밤 아홉 시면 잠자리에 드는 하루키. 이런 루틴으로 평생 '즐겁게' 소설을 쓸 수 있었습니다. 독자들의 반응과 온갖 구설을 피하기 위해 유럽으로 가 일생일대의 히트작 <노르웨이의 숲>을 쓰던 얘기도 나옵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도 재밌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에세이라고 합니다.
  5. 김이나 <김이나의 작사법>: 작사가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해?라는 말이 나올 때 비로소 작사가가 되고 전문가로 우뚝 서는 것이라고 작가는 소개합니다. 
  6. 다카하시 겐이치로 <연필로 고래 잡는 글쓰기>: 머릿속 기억이라는 것은 '흠씬 두들겨 맞는 개와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얻어맞은 개는 몹시 겁에 질려 있기 때문에 누군가 사랑해 주려는 마음으로 다가가도 냅다 도망쳐버립니다. 그래서 잡으려 하지 말고 곁에서 같이 놀아주어야 합니다. 결국 어깨 힘을 빼고 상상력과 함께 놀아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작가들의 작가'라는 평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7. 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20년 넘게 단행본 교정교열 일을 하며 남의 글을 고치고 다듬던 김정선 작가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항의성 이메일을 받습니다. 번역가인 함인주의 편지였습니다. '당신 문장은 이상합니다.'라는 답장을 쓰면서 손댄 설명 파일을 첨부하면서 비문의 정체를 밝혀주는 족집게 과외 선생님과 같은 책입니다.
  8. 앨리스 먼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글쓰기 책은 아니지만, 단편들은 시공간을 넘어 누구나 공감하고 감탄하게 만듭니다. 지금 외계인이 막 도착하여 인간에 대해 빨리 알고 싶다고 요청한다면 제일 먼저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합니다.

3장. 독자에게 선택받는 글쓰기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선택받을 수 있는지 오랜 시간 갈고닦은 저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창가에 연두색잎들이 비치고 향수와 책이 놓여있는 창가
빙창작 '한줄의 향기'

제목은 한 줄의 페로몬 향수다

작가의 첫 책인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출간할 때도 제목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늦은 연애는 없다>였는데 그걸 제목으로 가져가기에는 이미 김 빠진 상태였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회의를 하는데 출판사 대표님이 "요즘 무슨 얘기를 제일 많이 하고 다니세요?"라고 묻기에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하네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럼 그걸로 가죠."라고 하셔서 너무 도발적이고 무책임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평범한 제목보다 스캔들이 일어나는 제목이 낫다고 판단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합니다. 보름 만에 2쇄 발행에 들어갔고 4개월 만에 6쇄를 찍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책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제목이 매력적이면 독자들이 그 책을 집어 들 확률이 높아집니다. 

때로는 초고를 가슴에 칼처럼 품고 오랜 시간 갈아보자

장진 감독의 <꽃의 비밀>이라는 연극의 리플릿에서 읽은 얘기입니다. 장진 감독은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완벽한 작품으로 변할 때까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완성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었다가 비난이나, 엉뚱한 방향으로 갈까 봐 그런 것 같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이거 어떠냐?'며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때로는 초고를 가슴에 칼처럼 품고 오랜 시간을 갈아봅시다. 글을 완성하는 최종 결정권은 본인에게 있으니까요.

노란바탕색위에 빨간 글씨로 다양한 글쓰기 노하우를 만나보세요 글씨와 첫문장으로 독자를 끌라는 문구
[출처] YES24

첫 문장으로 독자의 멱살을 잡아라

만날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닌데 유난히 호감이 가는 사람은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이나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끌어당기는 힘은 대개 인상 깊은 첫 문장에서 나옵니다. 이성복 시인은 이를 '다음 문장을 끌고 올 작살 총 같은 첫 문장'이라 표현했다고 합니다. 모름지기 첫 문장은 독자의 멱살을 잡고 끌고 오는 박력이 있어야 합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 <칼의 노래>

이순신 장군을 일인칭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여는 유명한 첫 문장입니다. '~꽃이 피었다 (서술)'와 '~꽃은 피었다(소설 전체를 끌고 가는 태도)' 두 개의 문장을 두고 며칠 밤을 고민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해집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을 꼽으라고 하면 이 문장이지 않을까요? 이 문장은 소설의 핵심을 꿰뚫는 문장은 아니지만, 문장 자체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강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유효한 것입니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이 문장은 어떤가요? 그 다음 문장을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시작입니다.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서 변용된 것이라고 합니다. 죽은 여성의 음성으로 드라마 시작 부분에 내레이션을 들려줍니다. 첫회에 죽은 여자가 유령이 되어 매번 소개하는 마을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요? 결국 재밌고 읽을 만하고 신선한 글이면 읽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데로 바로 눈을 돌릴 것이란 결론입니다.

 

독자를 잡아두는 법으로 잊지 말아야 사실은 하나! 첫 문장은 언제 쓰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계속 수정되니까요. 오직 얼마나 인상적이고 흥미로우냐가 관건입니다.

헤어가 있어야 헤어스타일도 있다

저자와 아내가 운영하는 워크숍이 있습니다.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이 6개월간 초고를 완성해 보는 모임인 '소행성 책 쓰기 워크숍'에서 오시는 분 중 한 분이 명언을 남겨 한참 웃었다고 합니다. '헤어가 있어야 헤어 스타일도 있다.' 가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멋진 표현들이 튀어나옵니다. 이 말은 이럴 때 사용할 수 있겠지요. 누군가 보여줄 몇 편의 글도 없으면서 문체 고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으면 됩니다. 마치 좋아하는 차를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다음엔 시동을 걸고 달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신나게 질주하다 보면 꼭대기에서 만나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손 흔들고 인사를 하면 됩니다. "너는 그쪽 길로 왔구나. 나는 이쪽 길로 왔는데. 반가워, 또 만나자."

 

인간은 누군가를 그대로 흉내 낼 정도로 뛰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어느덧 자신만의 문체만 남을 것입니다. 당신만의 자동차가 생긴 것처럼 말입니다. 당신이 달리면 그게 바로 길이 됩니다. 

나무가 보이는 창가앞의 책상에서 단발머리의 글쓰는 여인의 옆모습
빙창작 '글쓰기'

그 사람이 궁금해지는 자기소개서를 써라

'대학 졸업할 때까지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24명입니다.' 이 문장은 이노션월드 와이드라는 광고대행사에 카피라이터 입사한 어느 신입사원의 자기소개서 첫 줄입니다.

 

그게 가능하긴 한지. 생각 드는 동시에 웃음이 터져버립니다.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고, 색다른 매력의 소유자이거나, 구라쟁이? 둘 중의 하나일 것 같았다고 합니다. 당연히 한번 불러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 자기소개서 첫 줄이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글인데 그러려면 좋은 문장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자기소개서가 쓰기 어려운 이유를 설문조사했더니 상위 결과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1.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해서
  2. 쓸 만한 스토리가 없어서
  3. 글솜씨가 부족해서

자기소개서는 수필처럼 펜 가는 대로 써서는 안 됩니다. 마음이 열려있는 일반 독자가 아니라, 짧은 기간에 많은 자기소개서를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심사관이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만의 매력과 특징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리고 한 번 쓰면 '불변'이라 여기는 마음부터 버리세요. 자기가 쓴 글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고칠 수 있다는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글이 늡니다.

이런 자기소개서도 있다

일본 광고회사 덴츠의 카피라이터 다나카 히로노부가 쓴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이라는 유쾌한 책이 있습니다.

  • 자기소개서에 '전직 트럭 운전사'라고 써서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 한술 더 떠서 학생시절에 열심히 했던 활동과 활용 가능한 것을 쓰라는 질문에 '4톤 트럭에 대해서라면 무엇이든 물어봐주십시오'라고 써서 끝까지 밀고 갔습니다. 
  • 가장 힘들었던 일과 그 대처 방법엔 뭐라고 썼나 살펴보니,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에서 세 번이나 떨어졌는데, 그 후 트럭 운전사가 되어 버린 일'이라 쓰여있었다고 합니다.
  • 가장 황당한 것은 존경하는 사람과 그 이유는 '아버지인데 그 이유가 결혼을 여섯 번이나 했기 때문'이라고 썼다고 합니다.

앞에서 예를 든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24명입니다'와 뭔가 비슷한 느낌이지 않나요? 일을 잘할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기에 회사에서는 이력서를 요구합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잠깐 소설가가 되어야 합니다. 

안 맞는 맞춤법과 비문은 면접장에 파자마를 입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맞춤법이 안 맞거나 엉망진창 비문으로 가득 찬 자기소개서를 가져오면 의심 서러운 눈을 쳐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면접시험을 보러 오면서 파자마를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회사이름을 잘못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리 써놓은 자기소개서에 회사 이름만 바꿔 넣다가 생기는 실수입니다. 이런 경우,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뽑을 수 없습니다. 짜임새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디테일도 중요합니다.

 

쓰고 나서 본인이 인사 담당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쉽게 읽히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작성한 자소서라면 뽑아주고 싶은 자소서입니다. 뛰어난 문장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문장성을 키우는 것은 가능성을 키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맞춤법은 어렵지만, 글 쓰는 사람에게는 기본입니다.

좋은 대사들은 나를 힘이 나게 만든다

회당 대본료 1억 원을 처음 달성한 드라마의 황제 김수현 작가도 처음에는 너무 못써서 PD에게 종종 혼이 났다고 합니다. 명대사 제조기로 유명한 최동훈 감독도 처음에는 대사를 잘 못썼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멋진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을까요? 남들보다 더 오래, 더 자주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일 겁니다.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으니까요.

가장 짧은 얘기로 긴 돈을 버는 남자

김동식 작가의 작서법 <초단편 소설 쓰기>는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 창작 교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주물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평범한 독신 남성이 지루한 시간을 이기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지어내고, 네이버 지식인에 글 쓰는 법을 검색해 글을 쓰기 시작한 뒤 900편이 넘는 초단편 소설을 쓰게 되는 과정과 터득한 글쓰기 노하우들을 빼곡하게 기록한 책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밑을 치고 책 귀퉁이를 접게 되는 이유는 곱씹을수록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진리에 가깝기 때문인데요.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건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꾸준히 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꾸준히 쓰는 사람을 당할 장사는 없습니다. 현대의 독자들은 짧고 빨리 결론이 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글쓰기를 결심한 당신이라면 시간이 없고 써본 적이 없어서 망설인다면, 김동식 소설처럼 초단편 소설로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살짝 힌트를 준다면 그의 소설들엔 억대의 돈과 배신, 들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 요소들이 짧은 이야기들을 강렬하게 만들고 독자들은 그 스토리의 반전에 열광합니다. 그의 소설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에서 초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초단편 소설 쓰기만으로도 지속가능한 작가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커튼이 있고 파란 하늘과 구름이 보이는 창가에서 글쓰고 있는 남자의 서재
빙창작 '작가'

'어른들 말씀 듣지 말라'는 결혼 축사 

후배에게 결혼 축사를 부탁받은 저자는 살짝 고민했지만,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발하면서 진심 어린 결혼 축사 예시가 아닌가 싶어 함께 공유해 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여러분이 이 자리에 모여 축하해 주러 오신 결혼식의 주인공, 신부 진주 씨와 꽤 친한 어느 선배의 공처가 남편 편성준입니다. -중략-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두 사람에게 제가 첫 번째로 해주고 싶은 말은 '어른들의 말을 듣지 말라'입니다. 
보통은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하겠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우리 곁에 계신 어른들도 불과 몇십 년 전에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분들도 결혼이 처음이었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도, 사회에 나가 세상 쓴맛 단맛 다 보는 것도 처음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만 이제는 두 사람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어른이 되었죠.

그런데 이분들의 경험과 깨달음이 모두 진리일까요?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 항해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가자마자 난파를 당해 표류를 거듭하다가 겨우 살아 돌아온 사람도 있습니다. 표류만 했던 사람에게 제대로 된 항해 경험을 들을 순 없겠죠. 어른들이라고 해서 모두 정상적인 항해를 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른들의 말씀을 그대로 따라 하지 말고 다만 '참고만 하시라'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타인의 경험이 아니라 두 사람의 생각입니다. 앞으로 두 사람이 살아갈 날들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일 겁니다. 그때마다 타인의 말에 현혹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과 양심이 시키는 본성으로 믿으시기 바랍니다. 그게 훨씬 믿을 만하고 다른 곳으로 책임을 돌리지 않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둘째로 해주고 싶은 말은 '부부일심동체'라는 고언을 잊으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고, 심지어 결혼을 했다 해도 사람은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두 사람은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린 것뿐입니다. 결혼은 인격체끼리의 약속이요, 평생 수행해야 할 계약이니 무조건 일심동체가 되었다고 뭉개지 말고 숟가락 젓가락 짝 맞춰보듯 천천히 하나하나 맞춰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은 많습니다. 그리고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고 도울 수 있는 겁니다. 괜히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어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동시에 당황하거나 걱정에 빠지지 말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내일의 행복을 위해 절대로 오늘의 기쁨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중략- 노파심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한창 열심히 일할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을 착취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관에 중독되어 버리면 스스로 청교도적인 생활을 만들 수도 있겠죠.

제발 말라빠진 토스트를 씹으며 엑셀을 작성하는 일이 없으셨으면 합니다. 모든 일은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를 위한 것이고,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갈까'를 위한 사업임을 잊지 마십시오. 보이지도 않는 내일을 위해 뻔히 보이는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중략- (p259~p263)
어른들의 말을 듣지 마십시오.
부부일심동체라는 기만을 잊으십시오.
그리고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마십시오.
사랑하고 다정하게 서로를 돌보며 사십시오.

4장. 누구나 UX라이터가 되어야 한다

UX 라이터는 User Experience Writer의 줄임말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100명 이상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국민은행이나 금융감독원에서도 용어들이 너무 딱딱하고 어렵기 때문에 쉬운 말로 바꾸는 UX라이팅에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신한카드에서는 '바르게 쓰기' , '친절하게 쓰기', '쉽게 쓰기', '일관 되게 쓰기'라는 UX 라이팅 가이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기 위해 웹사이트, 앱,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제품의 글과 콘텐츠를 작성하는 사람을 UX 라이터라고 합니다. 이는 사용자가 제품을 이용하거나 탐색할 때 글과 텍스트로 작성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사용자가 쉽게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명문, 버튼 레이블, 안내 메시지 등을 작성합니다. UX 라이터는 제품의 목적과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적절한 언어와 톤을 선택하여 사용자에게 친근하고 명확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UX 라이터는 제품의 사용자들이 편리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글과 콘텐츠를 작성하고 디자인하는 전문가를 말합니다.

도대체 'UX 라이팅'이 뭐냐고?

각종 칼럼 연재와 글쓰기 강의까지 하고 있는데 아직도 배워야 할 라이팅이 남아 있다는 암울한 소식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구입하거나 사용하는 소비자의 총체적 경험인데, 알고 보면 PR업계에서 말하는 기업 PR 기능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내비게이션 단말기에 '경로내유고'(經路 有故: 경로 안에 사고)라는 단어가 떴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는데 더 달려보니 '경로 안에 사고가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가시는 길에 사고 차량이 있습니다'라는 쉬운 말을 두고 암호처럼 써놓은 게 더 화나는 일이었습니다. UX라이팅 개념 도입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기업들은 왜 UX라이터에게 고액 연봉을 줄까?

SK텔레콤은 고객의 마음을 끌어오기 위해서 명확하고 쉬운 글을 써야 한다는 내용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북 <사람 잡는 글쓰기>를 발행하자 초판 700부가 당일에 모두 소진되어 4일 만에 2쇄를 찍을 정도로 사내 반응이 뜨거웠다고 합니다. UX 라이팅의 기본 덕목 중 하나가 '일관된 글쓰기'이니 통일된 매뉴얼에 목말랐던 고객 들로부터 환영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공인 인증서 하나 발급받는 데 하루를 통째로 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왜 공인인증서 앞에서 서면 작아졌던 걸까요? UX라이팅이 안 좋아서였을 겁니다. 영국 정부는 공식 사이트를 통합 정리하는 과정에서 UX라이팅을 도입한 후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들의 모토가 '한번 들어와 필요한 걸 얻고 나면 두 번 다시 검색할 필요가 없도록 한다' 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쉽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놔두고 왜 어려운 말이나 내부 용어를 쓰냐는 뒤늦은 반성이 기업들 사이에서 생기면서 UX라이터들을 비싼 값에 모셔가고 있습니다. 너무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창가에서 책을 읽고 미소짖는 단발머리의 여성 일러스트
빙창작 '독자의 마음 끌어오기'

인스타 믿고 외진 데 가게 얻었어

SNS활동은 손바닥만 한 디바이스에서 하고 싶은 말을 전해야 하므로 짧고 효과적인 문장으로 공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콘텐츠만 좋으면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인스타 믿고 외진 데 가게 얻었어.'라는 말은 우리가 이전과는 얼마나 달라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말해줍니다. 사진과 영상, 읽는 사람의 마을 움직일 수 있는 짧은 문장만 있으면 인스타그램도 훌륭한 사업장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질 수도 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나는 이걸 고스란히 뒤집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질 수도 있다'로 바꾸고 싶다. 애매하거나 일관성이 떨어지지 않게 말입니다. 예를 들어 누구는 '잔액'이라고 하고 누구는'남은 금액'이라고 한다면 회사는 이미 메시지의 일관성에서 점수가 깎이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잘못 선택한 메시지 전송 시간은 '천냥 빚'을 지는 지름길이니 부디 조심하기 바랍니다.

카피라이터는 지고 UX라이터가 뜬다

쉽고 짧게 얘기하면, 카피라이터는 광고회사에 필요하지만, UX라이터는 어느 회사에나 필요합니다. 작은 가게나 큰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대고객 활동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UX라이팅을 배우라고 말합니다. 문과나 이과, 학력등을 떠나 누구든 먼저 배우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현대의 '교양 과목'으로 언급합니다.

 

카피라이터가 지는 해라면 UX라이터는 뜨는 해입니다. UX라이터가 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한 줄'의 글 쓰는 능력만 있다면 조금 더 많은 기회가 주어 질 겁니다.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저 앞의 밝은 빛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갈 뿐이다. -1919년, 독립선언서-

우연히 텔레비전을 틀었다가 독립선언서 마지막 구절의 문장을 통해 무려 100년도 더 전에 쓴 글에서 세련되고 단정적인 말을 듣게 되어, 놀라워하는 저자의 글을 통해에 저 또한 그 감동을 전해 받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묻습니다. 당신도 재밌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지. 글쓰기를 함으로 재밌는 인생을 살고 싶은지를. 그렇다면 지금부터 시작하시라고 말입니다. 시작이 곧 성공입니다. 이건 그 누구의 말도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 정부 독립선언서가 보증하는 글쓰기의 진리입니다.

긴머리의 여성이 창가의 책상에서 구성하며 글쓰려는 옆모습
빙창작 '글쓰기의 일상'

마무리하며

편성준 저자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는 유머와 감성을 조화롭게 어우르는 작가의 글쓰기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저자의 글은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따뜻하게 포착하면서도 웃음을 선사해 줍니다. 이 책을 통해 글 쓰는 비결을 엿보며, 살짝 곁들인 유머가 어떤 매력으로 글 속에 녹아들어 있는지를 전달받고, 독자분들께 도움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드려 봅니다.


MZ세대 작가의 '나를 리뷰하는 법' 도서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리뷰하는 방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아래 포스팅에서 자세히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MZ세대 작가 베스트셀러, '나를 리뷰하는 법' 리뷰 (1)

이번 달 잘 지냈나요? 내가 먹는 것, 물건을 사는 것, 하루에 어떤 시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면 자신의 우선순위는 무엇에 두고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이전에 이서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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