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물건, 장소를 찾을 때 리뷰를 찾아보는 것이 필수가 된 요즘, 리뷰 해주지 않는 딱 한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입니다. 만약 자신을 리뷰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요? 어디에도 나를 리뷰해 주는 서비스는 없습니다.
'월간 인생 리뷰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아날로그방식과 디지탈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는 젊은 작가가 있습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밷을게요'를 써서 화제였던 MZ세대 작가의 신간도서, '나를 리뷰하는 법' 소개 1편에 이어서 2편의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월간 식사 리뷰
특정시기에 무엇을 먹었는지 돌아보면 한 가지 메뉴에 꽂히면 그것만 먹는 편이라 덤으로 몸상태는 어땠는지, 이것 저것 깨닫게 됩니다. 음식으로 기억되는 시절이 있습니다. 성격도 식성도 제각각이라 식사 시간마다 각기 다른 컵라면을 들고 모였던 게 기억납니다. 이제는 다 같이 모이는 일 따위는 없습니다.
대판 싸운 후 멀어진 관계도 있고, 별일 없이 데면데면해진 관계도 있고, 몇몇은 만나서 너무 달라져버렸음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함께 행복할 순 없겠지만 걔들이 어디서든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저자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시원스럽습니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먹기 전에 찍는 습관'을 들이고 어떤 음식을 누구랑 먹었는지 기록하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 음식취향 아카이빙
- 식성 문답을 통한 친구들 입맛 백과사전을 만들어보기
월간 소비 기록, 사는 것(live)과 사는(buy) 일
의미 있었던 소비만 선별하여 기록하는 이 소비기록은 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취향, 라이프스타일, 가치관까지 말입니다.
살까 말까의 갈림길에 섰을 때 이정표를 보듯 이 문장을 꺼낸다. 매일 쓰는 것이 예뻐야 해.
나는 물건의 객관적인 품질, 대중의 평가보다 '나에게 얼마나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기분을 사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조금씩 나에게 맞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소비패턴을 깨닫게 되지요. 월간 소비 리뷰로 내 발에 맞는 운동화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사는 것부터 사는 일'까지 쉬운 일이 하나 없습니다.
친구가 했던 쇼핑 명언이 떠올랐다. "예쁜 옷은 입고 싶은데 쇼핑하기가 너무 귀찮아."라고 하는 말에 "그럼 너는 예쁜 옷을 입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구구절절 맞는 말입니다. 선생님!
소비를 통해 깨달은 삶의 지혜
사기 전에 하는 일들로 내 취향을 촘촘히 알아가는 기쁨을 알아갑니다. 무수한 실패를 겪으며 깨우친 교훈 하나 더 얹어보자.
- 예습을 약간만 하면 쇼핑의 주도권을 내가 가질 수 있다.
- 내가 사고 싶어서 능동적으로 '고른' 것과 타인에 의해 등 떠밀려 산 것은 만족도가 다르다.
- 쇼핑 후에도 '어떻게 하면 이 물건을 잘 써먹을지' 공부해 보자. 같은 돈으로 최대의 효용가치를 누릴 수 있다. (p88)
내 몸에 꼭 맞는 원피스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런 옷을 입으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매일 기념일처럼 설레는 기분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정말 힘들게 돈을 버는 입장에서 소비가 실패하면 화가 납니다. 그것을 단순히 실패나 실수로 정의하면 자신이 미워지니까 나름의 교훈이라도 붙여 봅니다.
언제나 왜 그랬니? 보다는 다음부터 그러지 말자가 더 생산적인 법이다.
월간 경험 리뷰, 우리 안 해본 짓을 하자!
난 한 번도 안 해봤던 걸 하고 나면 그전 하고는 다른 사람이 돼 있던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중-
여유로운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역시나.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뀐 것 말고는 모두 그대로! 왜 나이를 먹어도 내공이 안 쌓일까. 신세한탄을 하는 그저 그런 직장인의 전형!
매달 경험을 저축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안전한 선택만 반복하고 있었다. 월말 계산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경험이 조금은 붙었구나. 내공이 쌓였구나.
경험 저축의 룰
- (앞서 말한 것처럼) 매달 '안 해본 짓'을 한건 이상 경험한다.
- 매달 말일에 이번 달에 저축한 경험 내역을 점검하고, 그에 합당한 깨달음의 값 매긴다.
깨들음의 값은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합니다. 어떤 경험은 터닝 포인트가 될 만큼 유의미한 깨달음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경험은 별다른 소득 없이 그만 그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깨달음이 크든 작든 어쨌거나 넣어두면 차곡차곡 쌓이는 내공 시스템이 됩니다. (p99)
나쁜 일도 다 경험이 되더라
가끔 의도치 않게 경험하게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주로 안 좋았던 일이 그렇습니다. 이 경험들도 저축대상이 됩니다.
경험저축
폭설 내릴 예정의 예보를 보았으나 '설마 비행기가 못 뜨겠나'라고 쉽게 생각한 날. 실제로 비행기가 뜨긴 떴지만, 회항을 결정했고, 제주도까지 갔다가 김포로 다시 돌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깨달음
- 비행 성공여부는 포털과 공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자.
- 기상 악화 시 큰 비행기일수록 착륙 성공률이 높다.
- 결항 또는 회상 시 티켓 값은 자동 환불된다. 이때 항공사 카운터에서 '결항 확인서' 받아 숙소나 렌터카 업체에 제출하면 예약 취소를 해주기도 한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는 듯)
how to 셀프 아카이빙
1. 절대로 하지 않을 일들의 목록
소설가 김영하는 '절대로 쓰지 않을 이야기들의 목록'을 따로 만들어 보관한다고 합니다. 어차피 쓰지 않을 거니까 제한 없이 생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들을 모아 뒀다가 나중에 영감이 필요할 때 꺼내서 보면 의외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김혜원 작가는 절대로 선택할 리 없는 낯선 곳의 목록을 작성해 보고 인생이 권태로워서 견딜 수 없을 때 열어본다고 합니다. '이 정도 모험이라면 못할 것도 없는데?' 우리의 인생은 앞으로 재밌어질 일만 남았습니다.
2. 일탈 자금 모으기
한때 '1,818원씩 저축하는 챌린지'가 유행했지요. 예상보다 금방 모여서 웃기고 슬펐다는 후기가 SNS에 종종 올라왔습니다. 재미로 해보는 챌린지이지만,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작가 또한 지루하거나 권태롭다 못해 시시하게 느껴질 때 비상금 통장에 만원씩 입금한다고 합니다. 진짜 일탈이 필요할 때 든든한 빽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돈은 준비되어 있으니 너는 용기만 내면 돼!' 말하자면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주는 복지인 셈. 그렇게 하여 현재 700만 원 정도가 모여 있어, 산티아고 순례길이든 치앙마이 한 달 살기든 떠날 용기만 내는 것만 남았답니다.
월간 사람 리뷰, 사람하고 일하고 말하고
지금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고 있나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사람들 와 오래 어울렸다면, 아마 지금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한 달 단위로 출입자 명부를 결산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만남을 자주 가진 달도 있지만, 의무감으로 만난 이들과 무의미한 시간으로 채운 달도 있지요. 이런 회고의 과정을 통해 이래서 공허했음을 알게 됩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휘발된다. 오직 상황만이 존재할 뿐
일상을 집어삼킬 만큼 강렬했던 감정도 별것도 아닌 일로 식고, 틀어지고, 상해버립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도 사랑도 믿을 게 못 됩니다. 오직 상황만이 존재할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쏟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
내가 쓴 감정을 아까워하는 좀생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이달의 사람'을 뽑아 글로 남기는 시스템!입니다. 고운 정이든 미운 정이든 나를 스쳐간 사람들을 글로나마 남겨두려는 지극히 글쟁이스러운 발상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감정은 글로 남아 있을 테고, 그러면 마음이 좀 덜 가난해질 것 같아서 관계를 아카이빙 하는 심정으로 작업한다고 하네요. 이달의 사람을 선정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본인의 마음입니다.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 나를 서운하게 한 사람은 나쁜 사람. 기분에 따라 공동 수상자만 다섯 명이 넘는 달도 있고 수상자가 없는 달도 있고, 나쁜 이유로 '이달의 사람'에 오르는 분도 종종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아마도 죽기 전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이달의 사람'을 기록할 때만은 감정이 끓고 있는 순간(주로 만남 직후)에 후다닥 쓰는 편이다. 잠깐만 미뤄도 고마움이나 미안함 같은 감정은 금세 다 휘발되어 버린다.
후회를 덜 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쌓아가기 위해 아래와 같은 습관들을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하자.
-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건강하지 못한 관계는 정리하자!
다정함 갚기
인간은 자신이 해준 것만 기억하고 받은 것을 쉽게 잊습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받는 걸 권리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서 기록해 두는 것이 '다정함 갚기'입니다. 감사 일기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고마움을 갚기 위해서 부득부득 살아야 한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내게 닿은 다정들이 다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내게는 이 위기를 극복할 에너지가 없으니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서 빌려다 쓴 셈입니다. 그 마음은 꼭 덤까지 쳐서 갚고 싶습니다.
월간 업무 리뷰
내 직장 생활의 역사는 요령 있는 사람들을 흉내 내는 것으로 시작한다.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요령 있는 사람, 일일이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일머리를 가진 사람이 조직에 더 필요한 인재입니다. 생존법입니다.
질문카드
업무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면 일명 '물경력'이 쌓입니다. 연차는 높은데 신입사원과 다를 바 없는 상태말입니다.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마음속에 질문 카드를 다섯 장 만들어두고, 이번 달 안에 다 쓰겠다는 마음으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쿠폰이라고 생각하면 아까워서 어떻게든 쓰고 싶어 질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아닌 이에게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일 때 질문 카드를 알차게 활용해야 합니다.
안 해본 일 도전하기
같은 업무만 너무 오랫동안 하고 있진 않은지, '3년'이상 같은 업무를 반복하고 있다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 멈춰있는 건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니까. 나름의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새로운 일에 발이라도 담가보는 편이 유리합니다. 안 해본 일에 도전한 달에는 꼭! 월간 업무 리뷰를 해두자. 기록이 나의 커리어가 되어줄 것입니다.
월간대화리뷰, 내게 닿은 좋은 대화를 모아요.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퀴즈! 적당히 하면 즐겁고, 많이 하면 찜찜하며, 그렇다고 너무 적게 해도 문제인 것은? 1글자일 수도 있고, 2글자 이기도 하며, 한편으로 3 글자이기도 하다. 정답은? 말, 대화, 이야기
무해한 스몰 토그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처음 만난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이들, 나의 매력을 차분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 또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울거나 흥분하지 않고 논리 정연하게 대응하는 싸움꾼들들도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이제 나는 그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고 혹 거리에서 스친다 하더라도 아마 짧은 눈빛으로 인사 정도를 하며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 말들 역시 그들의 유언이 된 셈이다. 역으로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된 셈이다. -중략-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꼭 나처럼 습관적으로 타인의 말을 기억해 두는 버릇이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나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작가는 카톡대화도 다시 읽어보고 업무용 메신저나 메일도 복습한다고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시간을 내서 SNS로 주고받은 댓글도 다시 본다고 하네요. 이는 일종의 '거울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조금 더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나쁜 말들을 없애는 의식
'이건 내 잘못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 대화도 있습니다. 나를 제압하기 위해 일부러 고른 못된 말들, 악의는 없었지만 무례한 말들, 마음에 담아둬 봤자 구린 냄새만 풍길 마음이 가난해질 나쁜 대화들은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물리적인 리추얼을 하나 만들기
- 컴퓨터 메모장에 버리고 싶은 대화 내용을 거칠게 적는다.(기록할 때만큼은 욕설 비문을 자유롭게 쓴다.)
- 그것들을 '고함 항아리'라고 이름 붙인 폴더에 넣어놓고 한 달간 묵혀둔다.
- 매달 말일에 저장된 파일을 하나하나 휴지통에 넣어 삭제한다.
- 휴지통 비우기 버튼을 클릭하고 나면 뭔가를 버린 기분이 들어서 후련해진다.
대화는 지나가도 카톡은 남는다
나조차 잊고 있었던 대화 속에 반짝이는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세한탄 말고, 험담 말고, 좋은 이야기를 자주 하기를! 좋은 말상자와 스몰토크(생활정보, 귀여운 이상의 에피소드) 같은 것들도 모아놓습니다.
머물고 찍고 반복하고
좋은 장소를 경험하는 일은 좋은 친구를 사귀는 일만큼이나 귀한 일
월간 장소리뷰
하루 기분을 좌우하는 요소 3가지를 꼽아보면, 날씨, 사람 그리고 장소!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하면 시들어버리고,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 있으면 높은 확률로 소화불량이 시달리는 저자는 불만족스러운 장소는 불만족스러운 하루로 이어집니다.
날씨와 사람은 나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니 받아들여야 하지만, 장소는 다릅니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근사한 장소에 머물 수 있습니다.
'이상형이 뭐예요?'라고 누군가 물어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답하려면 평소에 이상형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두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좋은 사람인지 나 자신도 모르는 경우, 좋은 사람을 놓칠 확률이 높습니다. 장소도 마찬가지. '좋음'을 어떤 점에서 느끼는지 관찰하고 생각을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월간 사진 리뷰
휴대폰 사진첩은 당신이 지난달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사진을 지운다고 해서 존재했던 관계를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휴대폰 사진첩에는 누구를 만났는지, 어디에 가고 뭘 보고 먹었는지, 무슨 옷을 입고 어떤 표정을 자주 지었는지까지. 한 달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사진을 지우는 사람과 사진을 지우지 않는 사람.
저자는 후자의 인간이라 못생기게 나왔든지, 헤어진 연인과 찍은 사진도 지우지 않는 편, 모두 폐기처분 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렇게 살면 마음이 너무 가난해질 것 같기 때문이라는데요, 별일없이 멀어져 남이 된 친구.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만 이제는 연락처조차 모르는 사람. 우리가 우리였던 시절, 나란히 서서 예쁘게 웃고 있는 사진들. 작가의 어머니는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만 남기고 모두 지워 없애는 타노스 타입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의 몸에서는 매일 3300억 개의 세포가 태어나고 죽는다고 합니다. 1년 정도면 몸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낡은 세포는 죽어 없어지고 새 세포로 교체됩니다. 즉, 1년 전에 찍은 사진 속의 나는 이제 없습니다. (중략) 지우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회고 이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월간 루틴 리뷰
내 인생을 구원하러 온 나의 루틴, 새로운 습관이 생기면 새로운 사람입니다. 우리가 반복해서 하는 행동이 우리인 것이 됩니다.
습관은 참 무서운 것입니다. 굉장히 힘든 일이 생겨도 평소처럼 행동하면 일상이 돌아온다. 반드시.
<구룡 제네릭 로맨스> 대사
힘드시죠? 루틴에 기대세요!
빠르게 움직이는 게 핵심입니다. 깨끗한 몸상태와 아침에 물 한 컵과 유산균을 먹습니다. 운동 후 몸무게까지 측정한 뒤 오전 근무를 위한 에너지 충전 완료의 루틴! (공감 100%)
내가 반복해서 하는 행동이 '나'
요즘 '0 민수'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따라 한다'는 뜻인데, 앞에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한 글자로 줄여 넣으면 됩니다. "태연언니, 오늘 바른 립스틱 예뻐요. 제품명 알려주세요. 탱 민수 하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 씁니다.
정보 공유시대에 취향 아카이빙으로 당당히 말하고 따라 하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을 수집해 내 방식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니까요. 그러니 '0 민수'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결국 안목 있는 편집숍 주인처럼 멋진 취향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먹는 습관, 스트레칭과 운동 습관, 차 한잔 마시며 숨 고르는 습관, 과자를 그릇에 담아 먹는 습관, 좋아 보이는 습관을 발견하면 나의 루틴에 포함시켜 봅니다. 집에 돌아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0분간 집 청소를 합니다. 예전보다 훨씬 깨끗한 집에서 살게 된 것이지요. 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시기엔 집이 엉망이 됩니다. 집이 더러우면 무기력해지고 대충 살게 됩니다.
루틴이 있는 사람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김영하 작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100퍼센트 다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60~70퍼센트의 능력만 사용해야 합니다. 절대 최선을 다해선 안 된다는 게 제 모토였어요. 인생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능력이나 체력을 남겨둬야 합니다." 이 말을 작가방식으로 살짝 바꿔보았습니다.
인생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일상을 지켜줄 루틴을 꼭 만들어두어야 합니다. 힘든 순간에 기댈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존재는 나 그리고 습관뿐이에요.
맨 마지막 페이지
MZ세대의 젊은 작가들의 신선하고 당찬 루틴 속의 스크린 샷은 지나온 생각과 기억까지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셀프 아카이빙 템플릿코너로 메모해 볼 수 있도록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21년도에 출간한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도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을 담아내어 화제였습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아무거나'로 퉁 치는 게으른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작가의 다짐으로 시작했던 '달삼쓰뱉'처럼 감정을 뚜렷이 파악하는 젊은 작가이며, 캐릿의 에디터인 활약까지, 본인을 리뷰한다는 신선하고 솔직한 내면을 꼬집는 표현에 감탄하며 읽었던 시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지혜로운 루틴을 소개해준 젊은 작가에게 박수와 함께 응원을 보내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해봅니다.
MZ세대 이서기 작가의 베스트셀러, '딱 1인분만 할게요' 리뷰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