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순 할머니의 손맛과 손녀의 손길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채식 계절밥상을 소개하는 도서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를 읽어보면, 한 권의 책 안에는 따뜻함과 함께 삶의 깊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뭐든지 그래. 난 뭘 하든지 안된다고 생각 안 해봤어. 하다 보면 다 되어! 안 하니까 안 되는 겨. 시간은 거짓말 안 해. (p175)
세상 하나뿐인 요리학교
도서<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의 배경인 경상남도 진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한 명의 수강생을 위해 열린 '세상 하나뿐인 요리 학교'는 바로 할머니 집입니다. 요리밥상을 배우기 위해 대학 대신 친할머니 집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동안 함께 보내게 됩니다.
떡집을 30년간 운영했던 할머니의 지혜, 그리고 채식하는 손녀의 젊은 감각이 결합되어 90가지 채식 요리 레시피로 채워져 있습니다.
- 새로운 토란음식 레시피도 소개되어 있는데, 토란 손질방법과 만드는 법이 궁금하시다면, '토란국 만드는 법' 포스팅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가 아닌 부엌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과 대화
책에는 제철 과일과 채소를 활용한 요리,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떡 요리, 나물, 장아찌, 김치, 국 등 푸근하고 정겨운 음식 레시피가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스튜디오가 아닌 부엌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과, 정확한 조리법 대신 서로의 대화와 경험을 통해 전달합니다.
일러두기
- 할머니의 눈과 손대중을 바탕으로 때마다 달라지는 요리과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 각자의 입맛에 맞게 재료와 양념을 조절하시면 됩니다.
- 조리에 사용하는 기름은 현미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원당(천연 비정제 설탕)을 사용했습니다.
- 집간장으로 불리는 조선간장은 국간장과 비슷한 염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 1 수저: 약 7~10ml
- 1 국자: 약 60ml
- 1 컵: 약 190~200ml
- 1 그릇: 약 300ml
- 1 대접: 약 700ml
재철 채소를 물색하는 법
새벽 시장에 나가 가장 많이 놓여진 것들을 바라보기. (p241)
1장. 봄
세상 하나뿐인 요리학교에 입학했다고 표현하는 저자는 할머니를 '홍순 씨'라고 표현합니다. 봄의 제철 계절 음식 레시피로 시금치부침개, 쑥털털이, 쑥 칼국수, 텃밭피자 (비장의 토핑), 꽃쌈정식, 애호박 샌드위치, 아카시아꽃튀김, 술빵, 물김치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시금치 부침개
- 재료: 시금치, 고구마, 양파, 부침가루, 감자전분
- 시금치는 뿌리 부분에 흙이 많기 때문에 다듬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시든 이파리를 정리하고 흙이 묻은 부분은 칼로 살살 긁어주세요.
- 뿌리 쪽에 십자로 칼집을 내면, 씻을 때 흙을 더 꼼꼼히 뺄 수 있다는 것만 알아도 시금치를 맛있게 먹을 있다고 합니다.
- 손질 한 시금치를 물로 씻은 후 물기를 털어주세요. 그리고 채 썬 고구마와 양파를 섞습니다.
- 부침가루 3: 감자전분 1의 비율로 섞어 3번 과정에 골고루 묻혀주세요. (재료에 가루를 먼저 묻히면 최소한의 반죽으로 얇은 부침개를 만들 수 있어요. 이것은 튀김반죽을 대충 섞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 차가운 물을 조금씩 추가하며, 전체적으로 반죽이 묻을 정도의 묽기로 만들어 주세요.
- 이게 뒤집어질까? 싶을 정도로 적은 양의 반죽의 시금치 부침개.
- 이제 예열된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워주면 끝.
겨울에 자라난 시금치는 얼지 않기 위해 단맛을 저장해 그 맛과 영양이 풍부해요.
겨우내 얼어붙은 내 몸에게 선물처럼 챙겨줄 수 있는 재료지요.
추운 겨울바람을 이겨낸 시금치가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p21)
쑥 털털이 (쑥버무리)
할머니의 할머니께서 자주 해주셨다는 쑥털털이. 보릿고개에 식량이 바닥나고, 천지가 쑥밭일 때 식구 많은 집에서 쑥털털이가 잠시 배고픔을 잊게 해 준 음식이라고 합니다.
털털 털어서 먹는 모양에 비유해서 나온 이름으로 '쑥버무리'라 부르기도 하고 쌀가루 대신 밀가루를 사용해 만들기도 하지요. (p25)
- 재료: 여린 봄 쑥, 쑥가루, 습식 멥쌀가루, 삶은 백태, 설탕, 소금
1. 쌀가루 (약 6컵)의 뭉친 부분을 비비듯 풀어준 후 물 반죽을 합니다.
2. 손으로 가루를 꼭 쥐어 살짝 던졌을 때 부서지지 않는 정도로 해주세요.
멥쌀은 물반죽을 해줘야 떡이 보드라워.
물을 한꺼번에 붓지 말고, 반 캅정도 떠놓고서 조금씩 비비듯 섞으며 추가해요. (p25)
3. 할머니의 오래된 친구 얼기미 ('어레미'의 방언, 구멍이 굵은 체)에 쌀가루를 한번 쳐줍니다.
4. 한 움큼정도의 쑥가루도 체에 쳐서 쌀가루와 섞어주세요. (노지 쑥보다 하우스 쑥이 향이 약합니다.)
5. 부드럽게 삶은 백태(메주콩)와 쑥에 설탕을 한 주먹 정도 살살 섞어주세요.
6. 쌀가루가 골고루 묻도록 전체적으로 버무려줍니다. (콩 대신 밤과 단호박에 설탕을 버무려도 좋습니다.)
7. 강불에 김이 폭폭 나게 10분간 쪄주면 완성됩니다.
민들레 탐구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민들레는 서양 민들레로 '행복'이라는 꽃말을,
토종 민들레인 하얀 민들레는 '내 사랑을 당신에게 드려요'라는 사랑스러운 꽃말을 가지고 있어요.
꽃이 피기 전 '포공영'이라는 약재로 쓰이며, 위를 튼튼하게 해 주고 소화제, 해열제로도 쓰임이 있다는 사실. (p31)
술빵 먹으면 취하나요?
익히면서 대부분의 알코올이 날아가기에 취하지 않습니다.
단, 술을 지나치게 많이 넣거나 찔 때 알코올을 제대로 날리지 않으면 취할 수도 (p65)
물김치
비빔밥, 반찬, 면에 올려 먹어도 맛있는 물김치는 봄을 천천히 보내주며 여름을 준비하기 좋은 음식입니다.
- 재료: 열무, 얼갈이배추, 당근, 무, 사과, 양파, 마늘, 천일염, 밀가루 풀, 고춧가루, 배즙, 매실 진액, 소주, 집간장
- 얼갈이배추 한 단과 열무 두 단을 손질합니다. (물김치는 봄에 담가놔야 하는 이유? 여름엔 농약을 너무 많이 쳐서 맛이 쓰다고 합니다.)
- 얼갈이배추와 열무에 천일염을 켜켜이 뿌려서 숨이 죽을 정도로 절여지면, 가볍게 헹궈 물기를 빼놓습니다. (너무 많이 헹구면 싱거워집니다.)
- 밀가루 풀 만들기 (물 5컵 기준량) : 밀가루 소복이 3 수저를 넣어 잘 풀어주고,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저어주고, 끓어오르면 불을 꺼줍니다.
- 당근은 채썰기, 무는 네모모양으로 나박 썰기 합니다.
- 사과 1개, 밀가루 풀 3 국자를 갈아주세요.
- 양파 1개, 밀가루 풀 3 국자, 고춧가루 4큰술, 마늘 한 주먹, 밀가루 풀 3 국자를 갈아 함께 부어줍니다.
- 배즙과 매실 진액을 넣어주고 집간장으로 간을 보면서 넣어줍니다.
-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주 1 국자 추가해 줍니다.
- 매콤함을 위한 청양고추와 쪽파도 추가하고, 버무려 주시면 여름 준비 물김치 완료!입니다.
보관하기
상온에서 하루 삭힌 후 간을 보고, 부족한 간은 천일염으로 맞춰주시면 됩니다. 간이 적당하다면 그대로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고 익혀, 먹을 만큼만 덜어드세요.
2장. 여름
뜨거워도 기다려지는 것은 순간마다 반가워지는 식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할머니의 경륜이 담긴 온전한 여름 계절음식이 담겨 있기에.
콩죽
- 재료: 백태, 습식 찹쌀가루, 습식 멥쌀가루, 소금
- 미지근한 물에 콩 (약 2컵)을 3시간 이상 불려둡니다.
- 찹쌀가루 반, 멥쌀가루 반을 섞어 익반죽(쌀이나 밀가루 등을 익힌 것을 반죽하는 것) 해 새알심을 만들어 놓습니다. 찹쌀은 점성이 생겨 뜨거운 물로 반죽합니다.
- 불린 콩을 끓는 물에 넣고 한번 올라오면 건져줍니다. (약간 아작한 식감이면 제대로 삶아졌다는 뜻, 조금 덕 익었을 때 갈아야 콩 비린내 없이 더 고소하다고 합니다.)
- 살짝 식힌 콩에 약 3~4배 되는 콩 삶은 물을 넣어 곱게 갈아 줍니다.
- 갈은 콩물이 진해지니, 물을 추가하여 냄비에 끓여 주세요.
- 찹쌀가루 한 주먹양도 뿌려 넣어주세요.
- 만들어 놓은 새알심을 넣어 살살 저어가며 끓여줍니다. (물은 원하는 농도를 맞춰주세요.)
- 한 김 식히고 나서 소금을 넣어주시면 완성됩니다. (뜨거울 때 소금을 넣으면 두부처럼 굳을 수 있으니 주의하실 부분입니다.)
수미 감자
- 감자, 옥수수 찔 때 달달한 그 맛의 이유가 있습니다.
감자는 껍질이 특특 잔잔이 갈라지니 토실토실해야 수미감자여,
매끈하면 고건 지져먹는 반찬 감자고. (p87)
뉴슈가를 안 넣는다면 마지막에 설탕을 더 뿌려주면 되는데, 넣어야 추억의 맛이 나요.
길거리에서 파는 찰 옥수수의 그 단맛 알잖아요! (p88)
도라지꽃
도라지 꽃은 식용이 가능한가요? 아쉽게도 식용이 아닙니다.
매년 식약처에서 식용이 가능한 꽃과 아닌 꽃을 지정해 주는데 도라지는 꽃이 아닌 뿌리와 잎만 허가해주고 있어요. (p95)
콩물
- 재료: 백태, 물, 소금, 국수 호박 (삶으면 면이 되는 신기한 호박), 원하는 고명
- 백태 약 2컵을 반나절 동안 불려줍니다.
- 불어난 콩을 체에 건져 끓는 물에 넣어주세요.
- 뚜껑을 닫고 끓인 후 푹 끓어올랐을 때 콩을 하나 집어서 맛을 봅니다. (아작해야 더 고소한 맛이 살아 있어요. 너무 삶지 마세요.)
- 고소하게 익은 콩과 콩삶은 물을 함께 넣어 곱게 갈아줍니다. (잘 갈린 콩물은 냉장고에 넣어 식힙니다.)
- 콩물을 식히는 동안, 삶으면 면이 되는 국수호박을 삶아 준비합니다.
- 풋사과, 밤호박, 오이, 미니당근 등 원하시는 고명재료를 준비해 주세요.
- 어느 정도 식은 콩물에 소금을 넣고, 남겨 놓았던 콩 삶은 물로 농도를 맞추고 저어줍니다.
- 국수호박과 갖가지 고명을 콩물에 올려주시면 완성입니다.
꽈리고추 무침
- 재료: 꽈리고추, 부침가루, 만능 양념간장, 참기름
- 잘 씻은 꽈리고추에 부침가루(또는 밀가루)를 묻혀주세요.
- 찜기에 넣어 중강불로 5~10분 정도 쪄줍니다. (다 쪄졌지만, 가루가 조금 남아있어도 괜찮습니다.)
- 만능 양념간장(아래에 자세히) 1 수저, 참기름 1 수저를 넣어 섞어주면 무침 완성입니다.
꽃을 요리에 담는다는 건, 계절을,
실은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것. (p143)
할머니의 비법 양념간장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날마다 몸이 원하는 것으로 준비하는 편이라는 예하 작가.
묵직한 고구마 생각이 난다면 최근 다이어트로 탄수화물이 부족한 식사를 하고 있진 않았는지,
달달한 음식이 당긴다면 스트레스로 예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p153)
몸은 상상이상으로 예리하고 흐트러진 균형을 스스로 잡아간다고 합니다. 그 소리를 무시하지 않는 일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 재료: 집간장, 풋마늘, 양파, 매운 고춧가루, 안 매운 고춧가루, 볶은 참깨, 참기름
할머니의 간장
만능 양념간장, 참기름, 볶은 깨만 있으면 무슨 나물이든 맛있게, 빠르게 무칠 수 있어.
채수와 살짝 섞어서 참기름을 추가하면 비빔밥, 비빔면도 문제없지! (p158)
- 간장: 장독대에 메주를 차곡차곡 넣어 그 위에 소금 녹인 물을 콸콸 부어주면 간장이 됩니다.
- 소금물 농도: 날계란이 동동 뜰 정도
- 고추랑 숯도 몇 개 넣어 기다립니다.
만능 간장
- 마당에 있는 장독대에서 간장 4~5 국자를 준비합니다.
- 풋마늘을 썰어 간장에 넣습니다.
- 다진 양파와 매운 고춧가루 크게 1.5 수저, 안 매운 고춧가루 2,5 수저 넣어줍니다. (국내산 고춧가루는 씁쓸함이 없고, 맛이 다릅니다.)
- 잘 섞어주기만 하면 할머니표 만능 양념장이 완성됩니다.
- 깨와 참기름은 먹기 직전에 조금씩 추가해야 오래 먹을 수 있습니다.
할머니의 지혜
고추 씻기: 깨끗하고 좋은 고추일수록 약을 많이 쳤다는 거야. 그러니 빡빡 씻어 먹으란 소리여. (p161)
참깨 씻기: 물 위로 떠오른 깨를 바닥에 닿지 않게 걷어내듯 체에 담아내는 게 중요해요. 물아래로 가라앉은 불순물들과 섞이지 않게요. 불순물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씻으면 되는데, 저희는 다섯 번 정도 씻었어요. (p165)
참깨 볶기: 얇은 펜으로 볶으면 타! 투툼 한 펜으로 해야 혀.
그리고 적당히 넣어 여러 번 나눠 볶아야 골고루 볶아져. 귀찮다고 한꺼번에 많이 하지 말으란 말이여.
타지 않도록 손이 보이지 않게 계속 저어주어요.
다 볶아졌는지 어떻게 아냐고요? 이거 하는데 뭔 시간을 재! 그냥 하나 눌러보면 되는 걸.
손으로 으깨 보았을 때, 놀놀하면서 폭 으깨지면 고소하게 볶아진 거랍니다. (p166)
채수 만드는 법
- 냄비에 물을 3분의 2 정도 채웁니다. (약 2리터)
- 각 재료를 넣어 10분 이상 끓여 준 뒤 불을 끕니다. (오랫동안 끓이지 않아도 뜸 들이는 과정에 채소의 영양과 맛이 우러납니다.)
- 뚜껑을 닫은 상태로 반나절 동안 우려 주세요.
아래 재료 외에도 양배추 심지, 당근 껍질 등 다양하게 넣어보며 입맛에 맞는 채수를 만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보통날, 기본채수
- 재료: 말린 다시마, 말린 표고, 무, 말린 팽이버섯, 파뿌리, 양파, 양파 껍질
- 양파는 불에 한번 구운 후 사용하면 풍미가 올라갑니다.
- 다시마는 30분 이내로 미리 건져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두면 진액이 나와 물이 걸쭉해지니까요.)
느슨하고 싶은 날, 자극적이지 않은 채수
- 재료: 말린 다시마, 말린 표고, 말린 팽이버섯, 무
보약이 생각나는 날, 약이 되는 채수
- 재료: 우엉, 연근, 작두콩, 당귀, 월계수 잎
- 우엉과 연근, 작두콩은 말려 덖은 것을 사용합니다.
콩고물
콩가루는 찌개, 흰쌀밥, 초장, 떡, 샐러드에 뿌려주면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집니다. 읽는 내내 고소한 향이 퍼지는 듯합니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콩가루에 쌀밥을 묻혀 주셨던 기억까지 소환됩니다.
많이 넣어서 오래 볶느니, 펜이 적당히 채워질 만큼만 넣고 두 번 볶는 게 나어. 급할 거 없으니 찬찬히! (p173)
- 재료: 백태, 소금, 설탕
- 국산 백태를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충분히 빼줍니다.
- 강불에 3~4분 볶아주다가 전체적으로 팬이 달궈지면, 중불로 줄여 계속 볶아줍니다.
- 5분 정도 볶다가 불을 살짝 올려주고 열심히 저어주다 보면 가운데가 톡톡 터지기 시작합니다. (먹어보아 고소하게 씹어지면 잘 익은 겁니다. 약 10분 정도)
- 믹서기에 충분히 식힌 콩과 소금반 스푼을 넣어 갈아줍니다. (곱지 않게 콩 부스러기가 남아 있도록 갈아주면 좋습니다.)
- 이렇게 만들어진 콩가루에 약간의 물을 넣어 손으로 보슬보슬 물을 먹여준 뒤
- 얼기미 (체)에 한번 내려주세요.
- 약간의 설탕과 섞으면 고소한 콩고물 완성! (설탕을 미리 많이 넣지 않고 떡 할 때마다 추가해 흩쳐서 주면 좋습니다.)
3장. 가을
햇살을 머금은 재료가 한가득, 가을 계절음식으로 채워지는 식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미역 줄기 잡채
- 재료: 당면, 미역줄기, 다진 마늘, 양파, 참기름, 양조간장, 설탕, 볶은 깨
- 미역 줄기는 세줌 정도를 서너 번 충분히 씻은 후 하룻밤 동안 물을 담가 둡니다. (처음에 씻어서 담아둔 물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중간에 물을 교체하면 싱거워지기 때문입니다.)
- 참기름 듬뿍에 다진 마늘 1스푼, 채 썰은 양파 1개를 볶다가 미역 줄기를 넣어줍니다. (비린 맛을 잡아주는 과정)
- 가위로 미역줄기를 큼직하게 자르고 볶은 깨를 뿌리면 소금, 간장 없이도 간이 맞습니다.
- 당면 한 줌을 미지근한 물에 불려, 끓는 물에 넣어 5분가량 끓여줍니다.
- 익은 당면은 찬물에 헹궈 넣으면 탱글탱글 하니 더 좋습니다.
- 미역줄기가 있는 팬으로 당면을 넣어주세요.
- 양조간장 3~4스푼, 설탕 2스푼을 넣어준 다음 중간중간 가위로 잘라 골고루 섞으며 볶아주면 완성입니다.
배즙
- 재료: 배
- 배 20개를 깎아 줍니다. (할머니께서는 배껍질은 거름이 되어주니 흙에 파묻어주셨다고 합니다.)
- 채칼로 밀어줍니다.
- 중 약불에 뭉근히 끓여주고 한 번씩 저어준 후 1시간 정도 끓여주고 나면 부드러워진 배가 으깨져 죽처럼 됩니다.
- 식은 후 고운채에 내려줍니다.
- 면포에 남은 배 찌꺼기를 집어넣고서 늙은 호박을 올려 밤새 눌러주면 배즙이 완성됩니다.
- 먹을 만큼 냉장실에 두고 나머지는 얼려 보관한 뒤 필요한 만큼 꺼내, 동치미, 무생채, 국물김치, 간식, 샐러드에 사용하면 안성맞춤!
호박죽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이어진 호박죽 수업입니다.
- 재료: 단호박, 땅콩호박, 삶은 팥, 물, 소금, 설탕, 찹쌀가루
- 단호박과 땅콩호박이 있어 먼저 껍질을 벗겨 먹기 좋게 자른 호박(800g)을 냄비에 넣습니다. (호박을 잘라서 넣어줘야 포옥 익습니다.)
- 호박이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1.3배 물을 부어준 후, 뚜껑을 닫고 중불에 끓여줍니다. (호박에 숟가락이 들어갈 정도)
- 10분 정도 익혀주면 딱 좋습니다.
- 부드럽게 익은 호박을 곱게 갈아줍니다.
- 소금 반 스푼과, 설탕 3스푼을 넣어줍니다.
- 찹쌀가루 세 줌정도를 눈처럼 흩날리며 뿌려주고, 삶아뒀던 팥도 한 움큼 넣습니다.
- 용암처럼 튀어 오르니 뚜껑을 방패 삼아 나무주걱으로 잘 저어주어 주시면 완성입니다.
토란병
토란 손질 방법은 전에 올려둔 포스팅 '토란손질부터 토란국 만드는 법'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 삶은 토란을 부드럽게 으깨어 줍니다.
- 찹쌀가루와 반죽한 다음 팬에 납작하게 부쳐주시면 됩니다. (저자는 참기름을 이용하여 부쳤다고 합니다.)
토란떡
동그란 건 암토란, 길쭉한 건 수토란입니다. 저자는 암토란이 더 맛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결론은 둘 다 맛있습니다.
- 재료: 토란, 습식 찹쌀가루, 소금, 참기름
- 깨끗하게 씻은 토란 2그릇과 소금 크게 한 꼬집, 물을 넣어 25분 정도 삶아주세요.
- 따뜻한 상태의 토란을 곱게 으깬 뒤 토란의 2/3 정도 되는 찹쌀가루를 넣어 골고루 섞어주세요. (가루: 취향에 따라 조절하시고, 콩가루 1~2스푼을 넣으면 맛이 배로 좋아진다고 합니다.)
- 물 묻힌 손으로 모양을 잡아주세요.
- 참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줍니다.
4장. 겨울
쌀쌀해져도 온기 가득한 식탁 위에 훈훈한 겨울 계절밥상으로 건강함이 전달됩니다.
채식 감자탕
- 재료: 감자, 채수, 무청, 깻잎, 청국장,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들깨, 소금, 후추, 집간장
- '기본채수'와 삶아서 얼려두었던 무청(또는 시래기나 우거지)을 준비합니다.
- 채수 5~6컵에 무청을 넣고 청국장을 크게 1스푼 풀어주세요.
- 고추장 1스푼, 된장 2스푼, 고춧가루 2스푼, 다진 마늘 1스푼을 넣어주세요. (집마다 장맛이 다르니 간을 보고 조절해 줍니다.)
- 깨끗하게 씻어서 말려둔 생들깨를 갈아줍니다.
- 곱게 갈린 들깻가루는 가득 담은 3스푼 정도 넣어줍니다. (들깻가루를 구비해 두어도 좋지만, 먹을 때마다 생들깨를 갈아먹으면 고소함과 신선함이 오래갑니다.)
- 통감자나 썰은 감자는 취향에 맞게 침착하게 냄비에 넣어주세요.
- 얼큰 감자탕을 위해 후추를 뿌려줍니다. (취향껏)
- 집간장,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끓여주세요.
- 들깻가루와 깻잎을 고명으로 올리면 완성!입니다.
팥죽
- 재료: 팥, 물, 소금, 설탕, 찹쌀가루
- 냄비에 국산 팥 반되를 하룻밤 불린 뒤 물을 추가합니다.
- 소금 1스푼 넣고 끓여주세요.
- 끓으면 약중불로 줄여줍니다.
- 끓이면서 새알심을 준비하고, 50분 정도 지났을 때 팥을 맛을 봅니다.
- 팥이 부드럽게 뭉개진다면 설탕 1 국자를 넣고 간을 보며 소금도 반 스푼 추가 합니다.
- 20분 정도 더 삶아주고 채에 걸러주세요.
- 국자와 손으로 으깨지면 다시 물 1 대접을 부어 걸러주세요.
- 걸러진 팥물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 팥물이 끓어오르면 만들어둔 새알심, 찹쌀가루 서너 줌 정도를 넣어 저어주세요.
- 새알심이 동동 떠오르면 완성!입니다.
새알심
찹쌀만 하면 질질한데, 멥쌀을 섞어주면 땡땡해져서 좋아.
남은 반죽은 구워 먹으면 전병이고, 꽃 붙여주면 화전이야. (p265)
- 재료: 습식 찹쌀가루, 습식멥쌀가루, 설탕
- 찹쌀가루 1그릇 반, 멥쌀가루 1그릇, 설탕 2스푼을 골고루 섞어줍니다.
- 뜨거운 물 반 그릇을 부어 익반죽(쌀이나 밀가루를 익혀서 만든 반죽) 해 주세요.
- 반죽을 동그랗게 뭉쳐 새알심을 만들고, 겉면이 마르지 않도록 면포로 덮어줍니다.
- 팥죽, 호박죽등에 넣어 동동 떠오를 때까지 끓여주시면 맛있는 새알심이 완성됩니다.
동치미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하는 거지 사람도 그렇고 음식도 빈 구멍 하나씩 있어줘야 더 매력 있지 않겠어? (p271)
- 재료: 가을~겨울 무, 생강, 다진 마늘, 생수, 배즙, 소금, 쪽파
- 겨울 무를 깨끗하게 씻어 적당한 두께로 잘라주세요. (장독대를 꽉 채울 만큼)
- 장독대 안에 소중한 무를 차곡차곡 넣어줍니다.
- 껍질을 긁어 손질한 생강은 크게 한주먹 정도, 다진 마늘 크게 2스푼을 면보자기 안에 넣습니다.
- 생강과 마늘을 넣은 보자기는 장독대에 넣어주세요.
- 정해진 비율은 없지만, 이 날은 물 4 대접, 배즙 4 대접을 만들어줍니다. (미리 만들어놓았던 배즙을 넣어주면 설탕 없이 달콤하고 시원한 국물을 만들어줍니다.)
- 소금 12스푼 넣어 소금이 녹았을 때 국물을 붓습니다.
- 쪽파나 파를 다듬어 실로 묶어 장독대 속으로 넣어 줍니다.
- 2주 정도 지났을 때 간을 보고 맛이 들었다 싶을 때 드시면 됩니다.
큰 늙은 호박으로 만든 부침개
이 책의 사진 속의 부침개를 보때마다 할머니 살아계실 때 주황색의 잘 익은 큰 호박을 잘라 부쳐주셨던 생각이 납니다.
- 재료: 늙은 호박, 감자전분, 쌀 튀김가루, 설탕
- 늙은 호박을 반으로 잘라 주세요.
- 속에 있던 씨를 파고 껍질은 감자칼로, 깊은 쪽은 칼로 도려내 줍니다.
- 먹을 만큼 채 썰어주세요.
- 쌀 튀김가루 4스푼, 감자전분 2~3스푼과 채 썬 단호박을 골고루 묻혀줍니다.
- 설탕 2스푼 추가합니다.
- 차가운 물을 부어 반죽에 윤기를 더합니다.
- 이제 기름을 충분히 두른 팬에 구워주시면 완성입니다.
달래장
술은 변질 없으라고 넣는 거제? p317
- 재료: 달래, 집간장, 양조간장, 매실 액기스, 맛술(혹은 소주), 볶은 깨, 고춧가루, 참기름
- 잘 씻어서 적당한 길이만큼 달래를 잘라주세요.
- 동그란 뿌리 부분은 맛이 우러나도록 칼등으로 지그시 눌러줍니다.
- 잡간장 1 국자, 양조간장 1 국자, 살짝 안 되게, 매실 액기스 2/3 국자, 맛술(또는 소주) 1/2 국자를 넣어줍니다.
- 볶은 깨 2스푼, 고춧가루 소복이 2스푼, 참기름 1스푼을 넣고 섞어줍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참기름과 물 또는 작두콩 우린 물을 더해 먹으면 좋습니다.)
생다시마에 두부와 함께 싸 먹어도, 파스타에 넣어먹어도, 쌀밥에 비벼 먹어도 너무 잘 어울립니다.
마무리
할머니의 정겨운 손맛의 '감'을 따라가다 보면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맛을 보는 듯한 느낌을 안겨줍니다. 수십 겹의 세월이 쌓여 능수능란한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요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함은 훗날 기록이 대대로 이어지는 손맛으로 이어져 살아 숨 쉴 것입니다. 소소한 일상과 손맛이 느껴지는 요리 에세이 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계절을 담은 전통적인 맛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체 단맛이 있어 있어 간 없이 그대로 먹어도 달달하고 맛있는 단호박, 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쪄 먹는 방법과 단호박 건강요리를 정리해 둔 포스팅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