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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띠. 헤드밴드(꽃천)

사람도 머리띠를 하는 것처럼 책에도 머리띠가?

자주 내려오는 앞머리를 위로 쓸어 올릴 때, 단정해 보이는 역할을 하는 액세서리를 꼽자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헤어밴드!  머리띠!' 책도 머리띠를 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느 부분일까 상상해 보며 서두를 열어봅니다.

책갈피끈이 있고 펼쳐진 책과 꽃천 헤드밴드라는 문구

책의 머리띠. 헤드밴드 (꽃천)

요즘 부쩍 30도가 넘어 점점 더워지고 있네요. 날이 더워지니 봄보다 초여름에 운동하시는 분들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뇌는 100번 이상 반복하면 습관이 되어 안 하면 오히려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도 운동은 현대인에게 빠질 수 없는 일입니다. 거기에 요즘은 2 잡, 3 잡까지 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이 헤드밴드를 하고 윙크하는 캐릭터
빙창작 '헤드밴드를 한 책'

저도 운동을 하면서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강의를 들음과 동시에 정리한 프린트를 외우며 달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후 러닝머신에서 책을 읽다가 책의 구조에 따라 잘 펼쳐지는 책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달리면서 책을 잡을 수 없으니 더 잘 펼쳐지는 책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책 기둥머리 쪽의 부분! 바로 헤드밴드(=꽃천). 이것이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헤드밴드'라고 불리는 '꽃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헤드밴드(꽃천)이 있는 양장본책과 소프트커버의 접착제로 붙인 페이지 책
1,2번:헤드밴드(꽃천) / 3,4번; 소프트커버의 접착부분

헤드밴드(꽃천)와 본드로 제본된 책

책에도 헤드밴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흔히 양장본에 들어가 있는 책기둥 윗부분의 실이 꼬아져 있는 부분이 보일 텐데 그 부분이 헤드밴드 혹은 꽃천(헤어밴드를 가리키는 한국어)이라고 합니다. 책도 머리띠를 한다니! 주로 빨간색 실을 볼 수 있는데 요즘에는 다양한 색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헤드밴드는 19세기 서양에서 나온 책 제본 방식으로 두 개 이상의 실을 꼬아서 종이를 고정하는 장식입니다. 헤드밴드가 있는 책은 실로 꿰매어 만들어진 양장본 책으로 펼쳐지기 쉽고 책이 닳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요즘에도 여전히 양장본 책에 실로 엮어 고정한 뒤 헤드밴드를 사용하지만 종이 소프트 커버로 된 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프트 커버로 된 책등과 페이지 사이를 보면 본드와 같은 다른 재료와 결합시켜 접착된 책들은  잘 펼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러닝머신 위에서는 집게로 고정하여 책을 읽다 보니 안 펼쳐지는 책의 공통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냥 책을 보았다면 지나쳤겠지요.

책 기둥 속 숨겨있는 헤드밴드(=꽃천) 대신 점점 플라스틱 본드로 대체.

헤드밴드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점차적으로 접착제로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본드는 책을 만드는 데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접착제로 만들어진 책은 헤드밴드만큼 내구성이 없으며 책이 펼쳐지기 어려워 금방 책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악보처럼 링스프링 제본으로 볼 수 있다면 편하겠지만, 모든 책은 악보가 아니니 전통방식의 헤드밴드 책으로 된 책 + 두꺼운 커버보다 가벼운 소프트 커버로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그런 책은 못 봤거든요.)


헤드밴드가 있는 책은 페이지가 잘 떨어지지 않고 여닫는데도 무리 없이 유연하게 펼쳐졌습니다.  헤드밴드가 있는 양장본은 원래 사용되었던 방식이지만, 단가가 올라가 점점 접착제로 만들어지고 있는 신간 책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간코너에도 보면 대부분 접착본드로 붙여진 소프트커버 책이 다수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운동할 때 집게로 무게를 실어야 하는 부분을 옮겨 페이지를 고정시켜 놓고 읽는데, 제법 두께가 있는 소프트 커버책들은 자꾸 접혀  반대방향 쪽으로 힘을 가하게 되면  페이지 사이가 갈라지고 접착제가 딱딱해져 중심부가 부러질 때가 있었습니다. 유연하지 못한 것이지요.

 

꽃천과 갈피끈(가름끈)도 커버색과 맞춰 달려있는 것은 겉표지와 어우러지는 색감으로 디자인효과도 나지만, 따로 책갈피가 필요 없어, 페이지 사이에 숨어있는 갈피끈을 찾을 때면 보너스를 만난 느낌입니다. 간혹 갈피끈이 생략된 책이 있긴 해도 책장이 잘 펼쳐지니 유연해서 뒤로 구부려도 손상이 없었습니다. 

책모양을 간단히 떠올려볼까요? 

잠깐, 간단하게 책의 겉모양을 살펴볼게요.

  • 표지: 앞표지는 책의 얼굴이기도 하지요. 책의 앞면과 뒷면을 보호하는 단단한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앞표지, 뒤표지)
  • 페이지: 책의 콘텐츠가 포함된 종이 조각입니다. (면지와 속지포함)
  • 책날개: 표지의 일부를 안으로 접은 부분입니다. (책갈피로도 사용)
  • 책등(책기둥): 페이지를 함께 고정하는 부분으로 사용되는 실을 꿰매는 데 사용되는 책의 뒷부분입니다.

옛 고서의 지혜

동양의 고서를 떠올려보면 실로 꿰매어 한 권의 책을 만들었지요. 우리나라 서적과 일본의 서적의 큰 차이는 책기둥의 실이 통과하는 구멍의 개수로 구분됩니다. 

한자가 적혀있는 한지에 책 기둥을 실로 꼬매고 있는 남자손과 오침안정법으로 만들어진 옛고서
빙창작 '옛고서'

5침안정법

구멍이 5개인  '한국의 5 침안정법'은 책이 더 튼튼하고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실을 5번 꿰매어 고정하기 때문에 책의 페이지가 쉽게 찢어지거나 떨어지지 않고, 책을 더 쉽게 펼치고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4 침안정법 

 '일본의 4 침안정법'은 오침안정법보다 책을 제본하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리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고안되었습니다. 실을 4번 꿰매어 고정하기 때문에 오침안정법만큼 튼튼하지는 않지만 책을 제본하는 데 여전히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책 제본법의 차이는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와 책의 사용 방식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책을 더 오래도록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일본은 책을 더 자주 교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책을 더 튼튼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었던 우리나라 조상의 지혜가 책의 구조에도 담겨 있습니다.

한자가 적혀있는 한지 여러장과 실로 책을 여미고 있는 손
빙창작 '고서'

여기서 공통점을 발견해 봅니다. 종이가 발명된 이후로 동서양의 많은 책들은 실로 엮어 만들어 왔습니다.  접착제 대신 실로 엮인 헤드밴드가 있는 책이 계속적으로 만들어지면 잘 펼쳐지고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이 조각. 그 이상의 세계.

책의 아름다움은 그것이 단순한 종이 조각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식을 공유하고, 창의성을 표현하며,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갈 수 있는 중간매체입니다. 또한 수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는 예술 작품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귀한 책을 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지 한번 더 되새겨봅니다.

달리면서 읽는 시간 

러닝머신 위에서 책을 읽을 때 헤드밴드가 있는 책은 잘 펼쳐져 무리 없이 읽기 편하지만, 접착제로 부착된 소프트커버 책은 책 길들이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책 길들이기는 책의 페이지를 여러 번 뒤집어 부드럽고 펼쳐지기 쉽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지요.(책도 스트레칭을 해줘야 편해요.) 그런 다음 대왕집게로 책의 양쪽을 고정합니다. 이렇게 여러 번 움직여 책 길들이기를 해줍니다. 달리며 오르막을 오르고 빠르게 걷기를 하며 읽은 습관이 생긴 그 이후로 양장본의 헤드밴드가 있는 책을 보면 반가운 생각이 들게 됩니다.

부채처럼 펼쳐진 여러장의 페이지를 잡은 손과 책머리 부분
빙창작 '책 페이지'


오늘은 책의 머리띠! '헤드밴드'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옆을 돌아보며 꽂혀있는 많은 책중에 헤드밴드가 있는 책이 있는지, 페이지를 펼쳐보고 내부를 살펴보시는 건 어떨지요. 그러다 또 한 권의 책이 어떤 생각을 담고 있는지 돌아보시는 시간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나도 쓰면 잘 쓸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나,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는 분들께 힘이 되어 줄 포스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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